바밀로 va87m(맥 윈도 겸용) 기계식 키보드 후기

안녕하세요, 오늘은 제가 현재 사용 중인 바밀로 VA87M 저소음 적축 키보드 리뷰를 써 보려고 합니다. 기계식 키보드의 사용감이나 만족도는 워낙에 '주관적'이기에 먼저 저의 이전 키보드 경험들에 대해 이야기해 볼게요. 

 

모두 직접 찍은 사진입니다.

도용 하지 말아 주세요!

 

필자의 기계식 키보드 방랑 역사

1기, 키린이 시기

한성 무접점 키보드(gk868b,50g)-약 13만 원

: 블루투스라 좋았고, 미니 배열이 귀여웠어요. 사실 단축키를 잘 쓰는 편이 아니라서 변태적 배열이 불편하지도 않았었고요. '무접점 특유'의 소리는 너무 좋았으나, 키감이 심심하고 맹맹한 느낌이었습니다.

더 누르고 싶은데 안 눌러지는 느낌이랄까. 착하고 좋은 점이 가득한데 조금 답답한 사람을 대하는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봐도, 스테빌 소음이나 통울림이 거의 없이 가격 대비 흠잡을 곳 없는 키보드였던 것 같아요.

 

 

한성 갈축 키보드(gk993b)-12만 9천 원

: 무접점의 심심함이 견디기 힘들어 검색해 보다가 구입했습니다. 이때만 해도 기계식 키보드에 대해 잘 몰랐기 때문에 '블루투스'가 되는 걸 사려니 제 예산으로 '한성' 밖에 살 수 없었어요.

 

도각 도각, 기계식 키보드를 치는 게 이런 느낌이구나. 감탄했습니다. 손 안에서 호두 알을 굴리는 듯한 '도로로로' 예쁜 소리가 났거든요.

 

무접점을 칠 때의 그 먹먹하고 답답한 느낌이 사라졌지만 스페이스바의 스프링 소리가 거슬렸고, 키감이 고급지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 같아요. 하지만 치는 재미는 있어요!!

하지만, 이 키보드 덕에 '갈축'의 매력에 완전히! 빠져 버렸고 '무선'의 장점을 포기한 채, 다시 유선 기계식 키보드, 특히 갈축 키보드 탐험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2기, 갈축에 꽂혀버린 시대

레오폴드 fc750r 갈축-13만 원 대

:검색해 보니 '갈축'은 레오폴드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간이 윤활된' 레오폴드를 중고로 구입했습니다.(다시 새것을 사기에는 같이 사는 분의 눈치가 보였기 때문이죠...) 

 

판매자 분도 키보드를 사랑하는 분이라, 나름 스프레이 간이 윤활 및 스페이스바 오링 장착 등 노력을 해둔 제품이었어요. 레오폴드 키캡이 예쁘다고 하는데, 확실히 한성보다는 키캡 품질이 좋았어요.(촉감, 인쇄 상태 등)

 

윤활한 상태여서인지, 한성 갈축의 느낌과는 타건감이 매우 매우 달랐고, 소리도 훨씬 조용했습니다. 한성 갈축의 소리가 10이라면, 레오폴드 갈축은 7 정도라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타건감! '정갈하다'는 한국말의 의미를 알 것만 같았습니다. 하지만 '갈축'인지라 조용한 데 비해 구분 감은 확실히 느낄 수 있었어요. 근데 이상하게 치다 보면 조금 '질리는 맛'이 있어요. 너무 정갈해서 일까요!?

 

필코 마제스터치 컨버터블 2 갈축-10만 원 후반

: '정갈한' 레오폴드를 한동안 잘 썼으나, 좀 더 타격감 있는 갈축이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급기야 '무선' 기능까지 있는 필코 마제스터치 컨버터블 2를 알게 된 거죠!

 

중고로 매우 저렴하게 구입했는데요, 무선 연결은 빠릿빠릿하고 만족스러웠어요. 하지만 어느새 너무 다양한 키보드를 돌려쓰다 보니 무선 연결을 일일이 설정해 주기 귀찮아서 그냥 유선으로 쓰게 되더라고요.

 

레오폴드에 비해 필코는 타격감이 훨씬 더 불 같았어요. 칠 때마다 시원시원하다는 생각이 들고요. 하지만 그만큼 소리는 많이 시끄럽습니다.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사무실에서는 절대 사용 못 할 것 같아요.

또 하나의 단점은 키캡인데요, 처음 써본 ABS키캡 이어서, 그동안 쓰던 키보드들과 달리 살짝 광도 돌고, 알파벳이 미묘하게 스티커처럼 붙어 있는 느낌이 별로였습니다. 그래서 바로 키캡을 바꿔 버렸어요.

 

좋아하는 색깔의 키캡으로 변경했고,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종종 쓰고 있습니다. 타자를 칠 때마다 속이 시원해져서요!

 

3기, 좀 더 과감한 탐험기

싱크웨이-듀 가드 토체티 적축-13만 원 대

문득 궁금해진 '적축'! 사실 토체티는 저적과 갈축이 더 유명하지만, '무접점'의 먹먹함과 저적이 비슷하다는 리뷰에 '적축'으로 구입해 보았습니다.

 

처음 만졌을 때, 어라 이 키감은 무엇!? 갈축과는 확실히 달랐어요. 걸리는 것이 없어서 바닥 끝까지 들어가면서 바닥을 치는 기분인데 이상하게도 날카롭다기보다 쫀득한 느낌! 그리고 키캡의 촉감이 특이해요. 보들보들한데 미끄럽지 않은!?

하지만 스페이스바가 다소 텅텅거리는 점이 아쉽고요, 그 외의 키 스테빌은 나무랄 데 없었습니다. 키감이 너무 재밌어서 한동안은 또 이것만 썼었네요. 

 

바밀로 VA87 청축-14만 원 대

바밀로 스카이 핑크 키캡에 확 꽂혀서 축 상관없이 중고 매물이 뜨자마자 질렀어요. 하지만 청축은 저에게 정말 맞지 않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바밀로라 그런지 청축 치고는 너무 시끄럽거나 하지 않고 나름(?) 정갈한 키보드였어요.


서론이 길었습니다. 이제는 바밀로 VA87M에 대한 후기를 들려 드릴게요. 대충 저의 키보드 취향을 아시려나요?? 워낙 변덕이 심하고 하나에 꽂히면 끝장을 보는 스타일이라 짧은 시간에 많은 키보드들을 써 본 것 같아요.

자, 그럼 제가 처음 써 본 저소음 적축 키보드, 바밀로 저소음 적축에 대해 이야기해 볼게요.

 

VA87M 저소음 적축 후기

바밀로 VA87M 디자인 만족도

밀키 화이트를 선택했기 때문에, 그냥 딱 깔끔합니다. 한글 없이 '영문'이 정중앙에 있는 것이 너무 제 취향이었어요!

사실 키캡 때문에 스카이 핑크 청축을 샀었지만, 그렇게 튀는 색은 의외로 질리더라고요.(토체티도 살짝 그랬고요)

 

이게 맥이랑 호환이 되는 키보드라 애플의 아이템들과도 굉장히 잘 어울릴 것 같아요. 깔끔한데 레트로 한 느낌도 있고, LED도 단일 색상으로 화이트인데, 질리지 않고 깔끔하게 좋습니다.

 

바밀로 VA87M 키캡

키캡의 촉감은 보들보들하지 않고요, 아주 살짝 까슬까슬한 편입니다. 왠지 땀이나 기름기가 잘 묻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에요.

 

PBT 키캡이기 때문에 프린트가 지워질 일도 없어 보이고요. 먼지 관리만 잘한다면 아주 깨끗이 오래오래 쓸 수 있을 것 같아요.(흰색이라 먼지는 조금 거슬립니다)

 

바밀로 VA87M 저소음 적축 타건감

처음 느껴본 키감이었습니다. 무접점이랑 비슷한데 달라요. 무접점보다는 살짝 더 쫀득쫀득 하고요. 그런데 키압은 그렇게 무겁지 않아서 타이핑에 무리가 없습니다. 무접점의 심심한 키감을 만회해 줍니다.

 

너무 좋아요!!!! 소복소복 눈을 밟는 느낌인가? 싶기도 하고요. 칠 때마다 '와 진짜 매력 있다'라고 생각해요. 

바밀로 VA87M 저소음 적축 소음

한성 무접점 키보드 보다도 조용해요. 즉, 제가 써 본 기계식 키보드 중에는 가장 조용합니다. 하지만 펜타그래프 저소음 키보드(요즘 나오는 MX 시리즈) 만큼 조용하지는 않아요. 소음이 완전 0은 아니란 얘기죠. 

 

근데 저에게는 이 소리가 너무 좋아서 하나도 거슬리지 않아요. 보글보글. 흔히들 무접점 키보드 소리를 표현할 때 이렇게 말씀하시는데요. 제가 써 본 무접점 키보드보다는 좀 더 경쾌한데, 이 소리가 너무 좋아서 키보드를 계속 치게 돼요.

스테빌 소음도, 통울림도 정말 1도 없는데요, 아주 아주 아주 미세하게 귀를 기울이면 어디에선가 '팅' '팅'하는 소리가 나요. 정말 작은 소린데, 이건 왜 나는지 모르겠네요. 그리 거슬리진 않아요.(다른 키보드의 스테빌 소음에 비하면...)

 

그래서 결론

물건을 쌓아두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 잘 쓰지 않게 된 것들을 판매하였고, 대부분 새것 같은 중고를 조금 싸게 구매하였지만, 그래도 짧은 시간 동안(한 8개월?) 키보드에 나름 많은 돈과 에너지를 쓴 것 같아요.

 

다행히도 바밀로 저적은 정착이다 생각할 만큼 너무 마음에 들었고, 심지어 다른 키캡 모델에 손이 드르릉거립니다.ㅋㅋㅋ(화이트 키캡이 깔끔해서 좋다고 5분 전에 말한 사람...ㅋㅋ)

 

하지만  '엠스톤' 풀 윤활 저소음 적축도 아직 못 써봤고, 궁극의 해피해킹 무접점도 못 써 봤잖아요? (커스텀 까진 욕심 안 낸답니다...) 혹시... 저의 취향을 보시고, 추천해 주신다면 댓글 감사히 받겠습니다.

일단은 저의 방랑을 잠시 멈춰준 바밀로 저적에 감사하며 이 글을 마칩니다.(한 두어 달은 키보드 안 살 거예요.... 다짐!!)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반응형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네이버 밴드에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